책의 향기/느낌표

박정희 할머니의 육아일기

너울너울 2011. 2. 23. 23:14

 

1940년~1950년 대에 쓰신 다섯 아이의 육아 일기

그림을 곁들여 그려가며 쓰신 육아 일기로 다섯 아이들에게는 그림책과 한글 공부 책이 되었다고 한다.

딸 넷에 막내로 아들을 낳으신 점이나 평양에서 피난 오신 것이 우리 엄마, 아버지와 비슷하기에 더 친밀감이 느껴지는 글이었다. 어려운 살림살이임에도 긍정적으로 즐겁게 살아온 삶의 진솔한 이야기들이기에  더더욱.

단순한 육아 일기가 아니라 남북분단이라는 아픈 우리의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시부모와 친정부모에 대한 정성스런 효와 시댁 식구들에 대한 사랑과 다섯 아이와 함께 어려운 가운데서도 행복하게 살아온 삶을 통해 핵가족사회에서 진정 소중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보아야겠다.

이 책을 읽고 로베르토 베니니의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생각났다.

유대인이라 수용소에 끌려간 귀도가 아들 조슈아에게 자신들이 처한 현실이 하나의  놀이이자 게임이라고 말하며 수용소 생활을 이겨 내게 한 아버지 귀도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도 생각났다. 퇴역대령인 아버지 밑에서 엄격한 군대식 교육을 받으며 돌아가신 엄마로 인해 매일 검은 옷만 입고 사는 아이들에게 커텐을 뜯어 옷을 해 입히고 공원에 데려가 노래를 가르치며 아름답고 즐거운 노래와 자연을 통해 아이들에게 행복한 삶을 찾아주는 마리아의 모습도.

 

"네가 이 세상에 태어나서 제 손으로 글씨를 쓸 줄 알 때까지의 일을 몇가지 적어 놓으련다. 어떻게 낳고 자랐나? 어떤 분들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컸나? 이런 이야기들을 적는 것은 일생을 통해 큰 힘이 되리라고 믿는 까닭에서이다."

"재줏덩이가 되어 달라고? 아니다. 내 늙은 후 나를 잘 위해 달라고? 아니다. 유명해 달라고? 아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수 있는 여성이 되어다오, 이웃 사람들의 빛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다오."

 

혼자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기에 결혼을 앞둔 샘에게 선물하려고 인터넷 검색을 하니 품절이란다.

혜동이와 같이 할머니 집을 찾아가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 나누며 할머니의 감사하는 삶, 즐겁게 살아가는 삶, 검소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품절되어 서점에서 찾을 수 없는 귀한 책을 싸인까지 받아 왔다.

 

평안 의원 간판을 내린 병원은 평안 수채화의 집으로 지금도 89세의 나이에 그림을 가르치신다.

                                                                                                                  박정희 할머니의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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