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http://kr.image.yahoo.com/envt712 |
뿔 -신경림- 사나운 뿔을 갖고도 한번도 쓴 일이 없다. 외양간에서 논밭까지 고삐에 매여서 그는 뚜벅뚜벅 평생을 그곳만을 오고간다. 때로 고개를 들어 먼 하늘을 보면서도 저쪽에 딴 세상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는 스스로 생각할 필요가 없다. 쟁기를 끌면서도 주인이 명령하는 대로 이려 하면 가고 워워 하면 서면 된다. 콩깎지 여물에 배가 부르면 큰 눈을 꿈벅이며 식식 새김질을 할 뿐이다.
도살장 앞에서 죽음을 예감하고 두어 방울 눈물을 떨구기도 하지만 이내 살과 가죽이 분리되어 한쪽은 식탁에 오르고 다른 쪽은 구두가 될 것을 그는 모른다. 사나운 뿔은 아무렇게나 쓰레기통에 버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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