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느낌표

빈산엔 노랑꽃

너울너울 2010. 11. 12. 21:26

 

 

 

아내가 쓰러진 후 의사의 권유로 치악산 자락, 화전민이 살았던 폐가로 내려간 수필가. 첫겨울에는 무시로 엄습하는 고독에 도시를 생각하며, 사람이 그리워 울었다. 그 겨울을 지나며 아내는 생명줄로 알던 약 먹는 것을 잊고 등산과 취미 생활에 몰입하며 식욕이 왕성해져 건강을 되찾게 되었다. 방그러니 계곡에 백운산방을 짓고 자연의 일부로 살던 작가는 2009년 4월에 작고했다.

 

 

선친은 코스모스에는 오덕(五德)이 있다고 했다. 그 첫째가 박토에도 자라는 검소함이요, 둘째가 나실나실한 가냘픈 잎의 소박함이요, 셋째가 꽃이 요염하지 않은 청초함이요, 넷째가 비바람에 쓰러져도 다시 일어서는 강인함이요, 다섯째가 칼칼한 가을, 맑은 공기에 피는 기품이라고.

                                                                    - 아버지의 오덕화(五德花) 중에서 -

 

 

소나무 밑에는 작은 식물들이 산다. 솔잎이 가늘어 햇빛이 새기 때문이다.활엽수는 쏟아지는 빛을 넓은 잎으로 탐욕스럽게 다 챙기니 다른 푸새가 배겨낼 수가 없다. 그 대신 천리(天理)는 공평해서 활엽수들이 잎새를 떨구는 계절에도 소나무는 푸르름을 유지한다. 어수룩해서 제 몫 다 챙기지 못하는 사람이 인생의 사계절 모두를 푸르게 살 수 있다고 믿고 싶다. 높은 지위와 깊은 학문, 큰 재산이 내 신변에 없는 것은 마치 저 가난한 소나무의 외로움과 견줄 수 있고, 척박한 바위 설렁이라 이웃에 불을 옮겨줄 나무들이 없어 언저리를 핥은 몇 번의 산불에도 불타지 않은 것에도 비길 수 있으리라.

                                                                   - 소나무 운이(雲伊)중에서 -

 

                                                                        사진출처 : 코스모스 - 제천작은나눔

                                                                                      소나무 - 또래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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