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의 순례자
현재 한국일보에 서화숙 칼럼을 쓰고 있는 서화숙 기자가 2006년 12월 창문으로 북악산이 바라보이는 부암동으로 이사와 마당을 가꾸면서 느낀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은 글로 나도 조그만 마당을 가꾸며 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얼마전 친구들이 다녀온 부암동 길의 사진을 본 터라 마치 내가 그 이웃에 사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의 앞마당에 피는 꽃들
원추리 겹벚나무 오갈피나무
금낭화 명자나무 수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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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마당을 가꾸면서 내가 자꾸 달라진다. 보고 싶다, 보러 오라, 보러 가마. 이런 말들이 마당을 매개로 아주 쉽게 됐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남들도 꽃을 매개로 나를 부른다.”
- <원추리에게 사랑을 묻다>에서
언니가 잡초 뽑고 푸른 색을 봐서 그런지 운전 면허 갱신하느라 신체검사 하는데 시력이 더 좋아졌다는 말이 생각나는 구절
“잡초 뽑는 일이 왜 재미있을까. 일이 단순하고 성취감이 높다. 단순 동작이라 다른 생각을 하면서도 할 수 있다. 녹색을 보니 눈이 피로하지 않다. 흙냄새가 편안하다. 다른 생각을 하다가 골치가 아프면 다시 잡초 뽑는 순연의 일로 돌아갈 수 있다. 감각과 운동과 사념의 두뇌를 자기가 적절히 조절하면서 자극하고 쉬게 할 수 있다.
당신이 무언가 좋은 생각을 내야 한다면 산책이 좋다. 어슬렁어슬렁 걸으며 그 생각을 굴려보길 바란다. 당신이 잊어야 할 것이 있다면 꽃을 돌보는 일이 좋다. 까다로운 식물을 돌봐야 하는 일에 신경을 집중하다 보면 잊을 것이 잊힐 것이다. 당신이 직면해야 하는 문제, 해법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을 때는 잡초를 뽑으면 된다.”
- <마당을 순례하다>에서
“남편이 11년 전부터 실직과 복직을 거듭했으니 맞벌이라 해도 호사스러운 물건을 즐길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마당의 풀을 뽑는데, 깨달음이 왔다. 꽃이 구름처럼 피는 이 집이 바로 나를 위한 거대한 꽃다발이구나, 보석이 이보다 찬란할까 싶었다.”
- <나를 위한 거대한 꽃다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