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울너울 2010. 9. 30. 22:39

 

                담쟁이

                         - 도 종 환 -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잎 하나는 담쟁이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