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여 년 만에 가도 반겨주지 않는 대청봉
7시간 코스 설악산 안 갈래요? 라는 말에 무조건 O.K 4시 40분에 일어나 유부초밥을 만들어 간식, 비옷을 챙겨넣고 5시 50분 부천 상동 아이파크 도착 6시 출발인데 버스가 오지 않아 6시 30분에 출발했다. 남동생이 군대 가기전 엄마와 여동생과 같이 갔던 곳 남동생은 텐트 짊어지고 가느라 양주를 홀짝홀짝 마시며 갔고 어차피 시야가 흐려 대청봉에 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거라며 힘들어 하는 여동생때문에 중청봉까지밖에 못 갔는데
그 후 30 여 년의 세월이 흘러 다시 가는 대청봉 지난 주가 단풍 피크였다는데 지금도 단풍이 예쁠려나 하며 기대하고 갔건만 설악산은 오후까지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 한계령이 가까워지니 비가 버스창문을 가리기 시작한다. 비가 많이 오면 4시간 산행 흘림골로 가야하나 하다 그래도 대청봉 가려고 왔는데 싶어 대청봉을 향하여 10시 30분부터 산행을 시작했다.
비가 계속 내리니 배가 고파도 먹을 것을 꺼낼 생각도 사진 찍을 생각도 없이 걷기만 하다 안되겠다 싶어 비옷 벗고 가방 뒤져 디카 꺼내 한장 찍고 이 때만 해도 쌩쌩
비와 안개로 주변 경치는 하나도 보이지 않고 단풍과 나뭇잎들은 지난 추위에 다 떨어지고
오로지 앞사람 비옷만 보고 걸어가는 길
대청봉 가는 길의 눈잣나무
대청봉 올라가는 길의 바위와 나무들
비가 와서 한번도 앉아 보지 않고 5시간을 걸어 드디어 대청봉 그러나 표지석 외에 보이는 것이 없다. 어디가 산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한 20명 정도의 사람들인데도 여기 한 번 서려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한다.
1708m 대청봉 표지석 옆의 요산요수
이제부터는 내려가는 길. 다행인 것은 비가 조금씩 오다 말다 한다는 것 밑으로 내려가니 나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백두 대간인 서북능선의 단풍이 아름답다던데 그 능선에선 단풍잎 하나도 못 보고 이제야 퇴색은 되었어도 단풍이 조금 보인다.
빨리 내려오세요. 그러나 조심조심.
여기까지 오는데 한 시간 걸렸으니 이 계산대로라면 1시간 반만 더 내려가면 오색 공원입구가 나올줄 알았는데 어둠이란 복병이 나타날 줄이야.
빗방울 맺힌 나뭇가지도 찍어보고
와! 이 사진이 최고
6시가 지나자 어둠이 내려와 손전등 없이는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이제부터는 오직 넘어지지 않기 위해 밑에만 보고 내려가는 길 걷기 시작한지 7시간이 지나자 무릎이 풀리고 다리가 풀려 걷기가 힘들어진다. 긴장하고 걷느라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결국 한번 넘어지고 또 넘어지고 드디어 7시 30분에 하산. 장장 9시간에 걸친 산행이었다.
단풍 구경도 못한 9시간의 산행. 넘어져 손가락에 가벼운 찰과상까지 입었지만 그마저도 감사할 뿐. 흘림골로 간 팀 중에서는 물기 먹은 나뭇잎에 미끄러져 팔을 다쳐 손수건 세 개를 이어 응급 처치를 한 분도 있었다. 또 대청봉코스로 간 일행 중에 사고가 발생해 업혀 내려오신 분도 있었다. 제각각 하산시간이 달라 1차, 2차, 3차, 4차로 모여들어 저녁 먹고 출발한 시간이 9시 20분 상동에 도착하니 11시 50분
새벽에 밤에 나를 실어나른 남편이 하는 말 이제 한 달간 외출 금지!!!
- 10.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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